‘패터슨(Paterson, 2016)’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하지만 그게 이 영화의 힘이에요. “같은 하루”를 사는 듯 보이는 한 사람의 일상 속에서 감정, 창작, 관계, 생각이 어떻게 깊어지는지를 차분하게, 조용하게 보여주는 영화예요. 한 마디로 “움직이는 시(詩)” 같았어요.
1. 한 남자, 한 도시, 일곱 개의 하루
· 버스 운전사, 이름은 ‘패터슨’
주인공은 뉴저지 ‘패터슨’이라는 도시에 사는 남자예요. 그의 이름도 패터슨.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도시를 버스로 달리며, 점심은 같은 벤치에서 먹고, 저녁엔 술집에서 맥주 한 잔을 해요. 그리고 그의 하루엔 시(詩)가 있어요.
·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시
패터슨은 틈틈이 시를 써요. 작은 노트에 조용히, 말없이. 특별한 사건 없이, 그는 세상의 사소한 것들에서 감정을 발견해요. 성냥, 버스 안의 대화, 강아지, 연인의 머핀… 모든 게 시가 되는 세계예요.
· 같은 하루지만, 절대 같지 않은 하루
매일 똑같은 하루를 사는 것 같지만, 패터슨의 하루는 늘 조금씩 다릅니다. 그 차이를 발견하고, 음미하고, 기록하는 것. 그게 바로 이 영화가 말하는 ‘사는 법’이에요.
2. 조용하지만 확실한 관계
· 사랑이라는 조용한 교감
패터슨의 아내, 로라는 엉뚱하고 예술적인 사람이에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죠. 쿠키 만들기, 기타 배우기, 인테리어 바꾸기… 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패터슨은 판단도, 비판도 하지 않아요. 그는 그저 조용히 바라보고, 응원해요.
· 대화보다 ‘존중’으로 이어진 부부
이 부부는 말이 많지 않지만, 서로를 잘 알아요. 서로의 리듬을 방해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를 존중해줘요. 이 부부를 보면 사랑이 꼭 뜨겁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돼요.
· 인간과 강아지의 거리감까지 섬세하게
강아지 ‘마빈’은 또 하나의 등장인물이에요. 패터슨과 마빈의 관계는 가까우면서도 적당히 거리감을 유지한 느낌이에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그 존재감이 이 영화의 온도를 정해줘요.
3. 시가 머무는 곳은 어디일까
· 패터슨이라는 도시
뉴저지의 이 도시 자체가 시적 배경으로 기능해요. 낡은 건물, 조용한 골목, 오래된 다리… 이 도시의 숨결이 패터슨의 감정과 겹쳐져요. 도시는 그저 배경이 아니라, 감정을 품고 있는 공간으로 그려져요.
· 노트와 펜, 기록의 힘
패터슨은 시를 출판하거나 공개하지 않아요. 그는 쓰는 자체를 위해 시를 써요.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을 담기 위한 기록이에요. 이게 진짜 창작이 아닐까 싶었어요.
· 시가 사라진 후에도
영화 중반, 아주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요. 그는 소중하게 써온 시들을 잃게 돼요. 하지만 그 장면에서 시가 사라졌어도, ‘시를 보는 마음’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걸 보여줘요.
결론: 조용히 흐르는 삶도 아름답다
‘패터슨(Paterson)’은 크게 웃기지도 않고, 눈물 나는 장면도 없지만 끝까지 지켜보고 나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어요. 이 영화는 말해요. “같은 하루를 산다고 해서, 그 하루가 똑같은 건 아니에요.” 살아가며 매일 지나치는 순간들, 그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감정들이 있다는 걸 조용히 알려주는 영화였습니다.